남자들은 죽어도 모를 그곳 통증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a77613223edcf5f0284ec31854ff3f01. » 회음부 통증으로 식은 땀을 줄줄 흐르는 내모습. 옆에선 남편이 코를 드르릉드르릉 골며 자고 있다. 나중에 이 고통을 알려주리라 생각하며 인증샷을 찍었다. 으히히히. photo by 양선아




1시간 밖에 진통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뒤 ‘역시 둘째는 덜 힘들구나’하며 좋아했던 나.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출산 후 한 달 동안 날 괴롭힌 것이 있으니 바로 회음부 절개 통증이다.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은 회음부 절개가 뭔지 잘 모를 것이다. 회음부란 질과 항문 사이의 일부분을 말하는데, 자연분만할 때 우리나라 상당수 산부인과에서는 아기가 나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이 부위를 자른다. 부분 마취를 한 뒤 회음부를 자르기 때문에 분만할 땐 아픔을 못 느끼지만, 나중에 꿰맨 부위의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산모가 느끼는 그 고통과 불편감은 ‘제 2의 진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 진통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 이 회음부 절개로 인한 통증이다.




분만 직후 앉아서 모유수유를 하는데, 도넛 모양의 회음부 방석을 하고 앉아도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그렇게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아랫도리가 갈기갈기 찢긴 기분이었고, 실제로 회음부 꿰맨 부위가 퉁퉁 부어올라 샤워할 때 보면 엉덩이가 상당 기간 동안 비대칭이었다. 둘째 아이가 머리가 큰 편이었고 아래로 많이 내려온 상태에서 분만을 해서인지 첫째보다 회음부 절개가 많이 됐던 모양이다. 첫째 아이는 둘째에 비해 머리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갔었는데 그 땐 회음부 절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첫째 아이를 낳고서는 사흘 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내 미니홈페이지에 아이 사진을 올리며 지인들에게 출산 소식을 알릴 수 있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둘째 아이 낳고서는 소변은 물론 대변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컴퓨터 앞에 앉을 생각은 꿈도 못 꿨다. 밥 먹을 때도 앉아 있을 때도 회음부 방석 없이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걸을 때도 그 부위의 고통 때문에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2박3일 내내 좌약을 넣고 대변을 겨우 겨우 봤으며, 출산 뒤 한두 달은 괜히 남편을 향한 적개심만 키웠다. 남편이 회사 일로 바빠 새벽에 들어오거나 내가 아이를 돌보며 낑낑 대고 있는데 남편은 코를 드르릉 드르릉 골며 달콤한 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머릿속에선 남편을 한 대 콕 쥐어박으며 이렇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당신도 아랫도리를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한번 당해봐야 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 여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남편도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고. 내가 어떤 고통을 겪으면서 아이를 낳아줬는데 여왕처럼 받들지는 못할망정!! ’




회음부 절개 통증은 한 달 내내 지속됐다. 기저귀처럼 큰 산모용 패드를 하고, 좌욕을 하고, 열 램프로 따뜻하게 쬐어주고, 병원에서 준 연고도 발랐건만, 아랫도리의 부종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주 만에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 돌아온 직후 한 3일 정도는 난 눈물바다 속에서 살았다. 낮에는 첫째 아이가 매달리고 밤엔 둘째가 한밤 중에 똥을 싼 뒤 계속 젖을 찾아 잠을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 거기에 회음부 통증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고통은 끝이 있는 법.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째 접어들자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그 고통도 많이 감소됐다. 회음부 절개 통증이 줄어들자 비로소 둘째 아이를 키우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출산한 지 88일된 지금 난 회음부 통증은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e60fd6ec68e8f40e3bc5cb3c6f2b157f. » 공포의 분만대에서 벗어나 산파와의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출산을 하고자 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일산조산원 서란희 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회음부 통증으로 너무 고생한 터라 분만시 회음부 절개를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조산원에서는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음부 절개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와 조산사에 물었더니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안현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회음부 절개를 하면 아이가 나올 공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분만시 발생하기 쉬운 질 또는 회음부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며 “과거 집에서 아이를 낳은 어머님들의 회음부를 본다면 대번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은 경우 회음부 손상도 심하고 질도 너무 넓어진다는 것이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아이 머리가 크거나 아이가 나오는 산도가 너무 좁은 경우 회음부 절개를 해줘야 질과 회음부 손상이 덜하다”며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외국인들보다 질이 늘어지는 정도가 약해 상당수 회음부 절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년째 조산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원심 열린가족조산원 원장은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서 원장은 “이 세상의 어떤 동물들도 회음부를 절개하며 자식을 낳지 않는다”며 “왜 인간만이 회음부를 절개하고, 회음부 손상을 경험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회음부 손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인간들의 개입 즉 촉진제 사용을 지적했다. 자연의 섭리대로 엄마가 충분히 진통을 하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출산을 하면 질이 아이 머리가 나올 수 있는 정도로만 늘어져 회음부가 많이 찢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부인과에서는 좀 더 빨리 아이를 낳게 하고, 진통 시간을 줄이려 촉진제를 사용하는데, 엄마 몸이 약물로 회음부가 늘어날 짬이 없이 격렬한 진통을 하기 때문에 회음부 손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출산시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진통 시간은 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촉진제를 사용했을 때처럼 격렬한 고통을 겪지 않으며 회음부 손상도 적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또 외국에서는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 것이 추세인데, 많은 연구에서 회음부 절개가 반드시 필요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엄마들이 ‘좀 더 빨리’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몸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연의 섭리대로 아이를 낳아줄 것도 주문했다.




 이 조산원에서 지난 6일 둘째 아이를 낳은 민경화(39살)씨와 실제로 통화를 해봤다. 민씨의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머리둘레와 몸무게가 거의 비슷한데, 첫째 아이는 병원에서 출산해 회음부 절개를 했고, 둘째 아이는 조산원에서 낳으면서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았단다. 민씨는 “첫째를 낳고서는 소변과 대변도 간신히 보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으며, 회음부가 회복하는데 2주 이상이 걸렸는데, 둘째는 낳고서는 출산 뒤 3일까지는 불편한 감이 있었지만 전혀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었고 회복도 빨랐다”고 전했다. 민씨의 경우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으니 회음부 손상이 적었고 출산 뒤 삶의 질도 절개를 한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민씨의 경험담을 듣고나니 ‘둘째는 조산원에서 낳아볼 걸’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설명도 이해가 되지만, 서 원장의 ‘자연의 섭리와 충분한 진통론’에 좀 더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회음부 절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은 분만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과 직결된다. 분만 방법은 다양하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이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경험자들의 얘기를 다양하게 들어보자. 또 아이와 엄마 몸은 천차만별이고 각각의 상태에 따라 분만 방법도 정해야 할 터이니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을 한 뒤 출산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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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