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논의 시작된 유보통합, 각계 각층 목소리 달라 알자, 육아정책

20140721_144726.jpg »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육아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유보통합 토론회가 열렸다. 양선아 기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10여년간 논의된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하 유보 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유보 통합 문제를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보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2월 국무조정실 산하에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이하 유보 통합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유보 통합 세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유보 통합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유보 통합을 둘러싸고 유아교육계와 보육계 그리고 관련 부처나 관련 전문가 등은 유보 통합의 방향이나 방안에 있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통합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는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에서 ‘제 2차 육아선진화 포럼-유보통합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포럼은 유보 통합 관련 쟁점을 정리하고, 각계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논의됐는지 소개하고, 유보 통합에 대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리해본다.
 


■ 육아정책연구소 “유보통합 전 육아 서비스 질 균등하게 만들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육아정책연구소 이미화 기획경영실장이 유보 통합 관련 다양한 이슈에 관해 기조 발제를 했다. 이 실장은 유보통합을 하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5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5가지 과제는 △일관성있는 유보통합의 방향성 및 목적 성립 △균등한 육아 서비스 질 담보 △부모의 기관 선택권 보장 △행·재정적 효율성 제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관계자 갈등 및 반목 해소다. 
 
이 실장은 “유보통합의 목적, 목표, 강조점이 발표 시기와 입장에 따라서 서로 각기 다르게 나오고 있다”며 “통합 논의 방향과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해 통합의 내용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보 통합하기 전에 먼저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어느 유아 교육기관에 가더라도 균등한 육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올리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시설 면적 기준·교사 양성·자격 제도를 정비하고 교사 처우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어린이집의 보육료는 상한제가 적용되고, 유치원의 교육비는 원칙적으로 자율화되어 있어 가격규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사립 비율이 너무 높아 공공 시설의 확충 및 수급 조절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 실장은 복지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돼 있는 관리부처 및 행정전달체계 통합 방안과 각 관계자들의 갈등 상황이 크니 갈등요인별로 해결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 현장 의견 충분히 반영해달라는 유아교육계와 보육계
 
유보 통합에 있어 직접적인 이해 관계자에 해당하는 유아교육계와 보육계는 유보 통합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이날 토론회에는 이경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과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이 나와 각계를 대표해 입장을 발표했다.
 
이경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충분히 수렴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에 통합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정부가 유보 통합 1단계 절차로 실시하고 있는 정보공시, 평가체계 개선, 재무회계규칙 개선 방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정보 공시를 통해 유치원의 원아 1인당 표준교육비가 발표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사립유치원이 국공립 유치원보다 교육비가 22배가 비싸다는 등 부정적인 보도만 했다. 그러나 표준교육비에는 교사 인건비나 운영비 등이 포함하지 않아 제대로 된 기준이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공시로 유치원에 대한 인식만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당초 비공개, 비서열화를 원칙으로 했던 유치원 평가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2016년 정보공시를 통해 상위 11%를 공개하겠다고 나서 전국의 사립유치원들이 유치원 평가를 전면 거부할 수밖에 없도록 교육부가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육계에서도 정부가 부모들의 입장만 반영할 것이 아니라 보육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 나와 “재무회계나 정보 공시 측면에서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이 훨씬 규제가 더 강한 것이 현실”이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재무회계규칙안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영시간과 근무시간이 유치원에 비해 긴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를 현실화해주고, 보육교직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각계 전문가들 의견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뒤 서영숙 한국아동학회장, 지성애 한국유아교육학회장,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등의 의견을 들었다. 각 전문가들은 조금씩 다른 지점에서 올바른 유보 통합을 위한 조언들을 쏟아냈다. 
 
먼저 한국아동학회장인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유보통합은 아동의 이익을 우선 중심에 두고 추진돼야 하는데, 부모나 운영자 입장만 우선적으로 챙기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특히 보육의 질을 보장하려면 교사의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운영자나 부모들의 입장만 듣다 교사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3년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서 교수는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보육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유보통합이 이뤄져야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이 좀 더 논의하고 연구할 자리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유아교육학회장인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통합법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서 유아교육법에 근거하며,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기관으로서 영유아보육법에 근거로 한다. 그런데 단계별로 유보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합관련 법 제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보통합과 관련해 연령 범위, 통합된 유보 관장 부처 선정, 종사자 자격 및 양성체제 등에 관해 의견이 엇갈리는데 이런 부분은 공급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보통합 문제는 공급자보다는 아동과 가족을 포함한 수요자 중심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유치원들 간, 어린이집 간 보육 및 교육 서비스의 질의 격차가 너무 커서 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통합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어디를 보내더라도 크게 불안하지 않을 정도로 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 정보 공개, 평가 공개하는 것과 병행해서 영유아 보육 및 교육에 대한 국가적 틀(프레임워크)를 만들기 위한 전문가들의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보통합이 재정투입의 증가를 전제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며 “유보통합의 과정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예산 하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육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내년부터 보육지원 카드 통합”  
 
이날 토론회에는 조인철 국무조정실 유보통합 추진단 과장도 나와 각계의 얘기를 듣고 현재 추진 과정도 소개했다. 조 과장은 “유보 통합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세부 일정 계획도 마련돼 있다”며 “로드맵에 따라 움직이면 될 정도로 진척돼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어린이집(0~5세), 유치원(3~5세) 취학 자녀의 학비지원을 하는 보육지원카드를 한 장으로 통합하는 카드 통합 사업은 당장 내년부터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아이사랑카드(만 0~5세 자녀의 어린이집 비용 지원카드)와 아이즐거운카드(만 3~5세 자녀 유치원 학비 지원카드)를 통합하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이라며 “독단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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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