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중복지원 어떻게 막나요”…여전히 불안한 학부모들 베이비트리 육아 뉴스

   05163964_P_0.jpg » 유치원생들이 공원 나들이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주변에 있는 공립 유치원 두 곳 모두 ‘가’군이라 저희 아이는 한 곳만 지원 가능해요. 너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청에 항의 전화를 했더니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네요.”

 

7살 자녀를 둔 윤아무개(서울 서초구 우면동)씨가 28일 ‘서초엄마들의 모임’이란 카페에 올린 글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5학년도 원아 모집 방법 개선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27일 수정안을 내놨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유치원 지원 기회를 모두 네 번으로 해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의도지만, 윤씨가 지원할 만한 주변 유치원은 여전히 사립 유치원 한 곳을 포함해 두 곳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그동안 지원 제한을 두지 않았던 유치원 원서 접수 방식을 바꾸겠다고 나선 건 인기 유치원에 지원이 몰려 중복합격자가 많아지는 폐단을 막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교육청은 지난 11일 유치원 모집을 가·나·다군으로 나눠 한 차례씩 모두 세 차례만 지원할 수 있도록 바꿨다. 그러나 모집군 배정을 신청한 553곳의 유치원 가운데 344곳이 가군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벌어졌다. 하나의 군당 한 유치원밖에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선택권이 크게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게다가 유치원 336곳은 아예 군별 모집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유치원 지원 대란이 빚어지자 교육청은 27일 개선안을 마련해 지원 기회를 세 차례에서 네 차례로 늘리고, 특정 군에 쏠린 유치원도 비교적 고르게 분산했다. 한편으론 중복지원을 막기 위해 네 번을 초과해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 합격을 취소한다는 기준도 세웠다. 교육청은 또 추첨 당일 유아 학비 지원카드인 '아이즐거운카드'를 들고 오도록 해 같은 군에서 중복 지원하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물론 네 번 지원했다가 떨어지더라도 정원이 미달인 유치원에는 다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4회 지원 제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나타낸다. 학부모 이아무개(37·서울 마포구)씨는 “다른 사람들이 중복 지원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나도 규정을 지킬 텐데 자칫 혼자만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자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은 “교육청으로선 일단 학부모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민원이 계속 발생하면 모든 유치원에서 지원자 명단을 받아 대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나눈 추첨군 기준이 모호한 것도 불만의 대상이다. 교육청은 논란이 커지자 27일 긴급회의를 열어 부랴부랴 모집군을 재배치했지만 하루 사이에 추첨군을 재배정하느라 위치만 주로 고려했을 뿐 다른 변수들은 미처 살피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을 선택할 때 거리만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비용 등도 따져서 하는데 교육청이 과연 이런 요인들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원서 모집 시작일(12월1일)을 코앞에 두고 추첨군을 재배치한 것도 학부모들의 혼란을 키웠다. 직장맘 김아무래(33)씨는 "추첨일이 주중에 있어 월차 내기도 힘든데다, 추첨일에 맞춰 미리 일정을 조정했는데 추첨일이 또 조정돼 또 다시 일정을 바꿔야 한다"며 "다음주가 추첨일인데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발표해서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박영자 과장은 “학부모들의 다양한 필요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지난해 무제한으로 지원을 허용했을 때보단 유치원 현장의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양선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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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