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아닌 손가락으로…'아기주도이유식' 어떨까 베이비트리 육아 뉴스

20120825_113503-1.jpg » 생후 8개월된 제이든이 삶은 애호박을 입에 가득 넣고 음식을 탐색하며 먹고 있는 모습이다. 문신영씨 제공.  아이를 낳은 산모가 처음 부닥치는 과제는 모유나 분유 먹이기다. 아이에게 젖을 주기 위해 엄마는 그토록 많은 밤을 설쳐야 하고 아이의 울음이 배고픔을 의미하는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모유·분유 먹이는 것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엄마에게는 또 넘어야 할 산이 등장한다. 바로 이유식이다. 초기 미음에서 중기 죽, 후기 무른밥에서 이유식 완료기 밥까지 엄마는 많은 식재료들을 삶고 갈고 다지고 끓여야한다. 작은 아기를 위해 적은 분량의 이유식을 매 끼니마다 끙끙대며 만들었는데, 아이가 숟가락을 밀어내고 음식을 뱉기라도 하면 엄마의 속은 또 한 번 뒤집어진다. 이런 상황에 있는 엄마들에게 이유식 먹이는 법에 대한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바로 ‘아기주도 이유식’(Baby Led Weaning, 이하 BLW)이다. 

아기주도 이유식(BLW)이란?
최근 몇년 새 미국 등 외국인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기주도 이유식은 ‘아기 스스로 먹기’와 ‘핑거푸드’(아기가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를 이유식 초기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기존 이유식법과 다르다. 기존 이유식법에서는 핑거푸드는 9개월 정도부터 준다. 아기주도 이유식을 시도해본 엄마들은 대체로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편식이나 과식을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음식을 먹는다는 점에서 아기주도 이유식을 높이 평가한다. 유아기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부모가 따라다니며 밥을 먹여야 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브로콜리와 같은 채소를 싫어하는데, 아기주도 이유식을 한 아이들은 브로콜리 같은 음식도 좋아한다고 부모들은 전한다. 또 음식을 갈고 다지고 끊이는 과정이 생략되니 부모들의 음식 준비 과정이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내용이지만 영국과 미국에서는 5년 전 이러한 이유식법을 소개한 책이 나와 꽤 인기를 끌었다. 외국에서는 현재 이 이유식법이 주류 이유식과 병행할 수 있는 이유식 또는 주류 이유식을 대체할 수 있는 이유식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최근 외국 생활 경험있는 엄마들이나 외국 소식에 민감한 엄마들 사이에서 이 이유식법을 시도해보는 엄마들이 생겨나고 있고, 관련 정보들이 블로그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기주도 이유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 말은 거창하지만 아기주도 이유식은 복잡하거나 까다롭지 않다. 아기가 생후 6개월이 되면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엄마나 아빠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부모는 아기 손을 깨끗하게 씻긴 뒤 유아용 의자나 부모 무릎 위에 앉혀 식사 시간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아기를 뒤로 기대어 앉히지 말고 수직으로 앉혀야 음식이 목에 걸리지 않고 안전하다.

 

아이가 먹을 수 있고 안전한 음식을 한 컵이나 한 숟가락 정도 주고 아이가 음식을 탐색하는 시간을 준다. 아기는 음식을 가지고 놀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 음식을 뭉개거나 입으로 가져갈 수도 있고, 그냥 냄새만 맡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이유식 초기의 식사 시간은 음식을 탐색하는 놀이 시간이다. 아이를 위한 영양은 모유수유나 분유 수유로 충분히 공급한다. 아기가 음식을 떨어뜨려 주변이 더럽혀지더라도 감내한다. 반드시 아기가 배가 고플 때 먹여야 한다고 조언하는 기존 이유식 방식과는 다르게 아기주도 이유식에서는 배고프지 않을 때 이유식을 제공한다. 배고플 때 음식을 주면 아기는 음식을 탐색하고 스스로 먹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음식을 줄 때는 아기가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기 쉽고 안전한 음식을 제공한다. 생후 6개월의 아기들은 물건을 집을 때 손 전체를 사용하고, 음식을 먹기 위해 주먹을 펼 수 없다. 따라서 음식을 길이가 5㎝ 이상인 막대기 모양으로 준비한다. 이렇게 하면 음식의 반은 먹거나 빨 수 있고, 반은 손잡이가 된다. 브로콜리는 이미 ‘손잡이’가 있어 첫 핑거 푸드로서 이상적이다. 채소를 제공할 때도 지나치게 부드럽거나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게 삶아 막대 모양으로 제공한다.

무엇을 입에 넣을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아기라는 점을 아기주도 이유식에서는 가장 강조한다. 처음에는 당근 한 조각에 브로콜리 꽃 부분, 기다란 고기 한 조각처럼 서로 다른 서너 가지의 음식을 제공한다. 너무 많이 주면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한 음식을 아기가 먹지 않아도 부모는 불쾌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아기가 스스로 먹는 기술이 발달하면 바닥에 떨어지는 양이 줄고 먹는 양이 늘어나며 매 식사마다 어느 정도의 양을 먹을지 아기 스스로 감을 잡게 된다.

경험담과 전문가의 조언
20120619_173719.jpg » 생후 6개월 된 제이든이 유아 식탁에 앉아 단호박을 만져보고 맛보면서 탐색하는 모습이다. 제이든의 엄마 문신영(34)씨는 외국의 웹사이트와 서적을 참고해 생후 6개월께부터 ‘아기주도이유식’을 했다고 밝혔다. 문신영씨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다 최근 국내에 돌아온 문신영(34·서울 은평구)씨는 아들 제이든(현재 34개월)을 아기주도 이유식으로 키웠다. 영어로 된 웹 사이트를 자주 보다 보니 이 이유식을 알게 됐다. 생후 1년 아기에게는 모유나 분유가 주 영양 공급원이고 아기가 음식을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이 와닿았다고 한다. 문씨는 “제이든 할머니나 증조 할머니는 내가 아이에게 미음을 안 주니 이유식 초기때 눈치를 많이 줬다”며 “시도해보니 엄마도 편하고 아이도 음식 원재료에 대한 흥미가 생겨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이든은 8~9개월 됐을 때 자기 스스로 숟가락을 쥐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지금도 골고루 음식을 스스로 먹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절제할 줄 아는 법을 안다”며 “아기주도이유식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기의 경험을 주변 엄마들에게 소개해도 아직까지는 국내에서는 전통 이유식법이 주라 주변 엄마들이 반신반의한다고 전했다.

아기주도이유식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음식 원재료를 탐색하고 음식의 다양한 맛 하나하나를 아기가 스스로 경험한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접근법이지만 맹신하지 말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존에도 맛이나 섭식 행위의 습관을 발달시키는 데 있어 이유식을 아기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접근법이 제시된 적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프로그램화된 적은 없었다. 가공 식품들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원재료 하나하나를 탐색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이 접근법이 전통적인 이유식법보다 좋다고 검증된 것은 없기 때문에 전통적인 이유식법을 아예 무시하기보다 숟가락을 거부하는 아이들이나 음식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보완책으로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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