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엄마들, 세월호와 지방선거를 말하다 베이비트리 육아 뉴스

언론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분노한 엄마들을 ‘앵그리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엄마들이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느낀 감정, 생각, 의견들은 단순히 ‘앵그리맘’이라는 용어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한겨레>가 ‘3040’ 엄마 8명을 만났다.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왜 분노했는지, 엄마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듣는 좌담회를 열었다. 좀더 객관적인 얘기를 듣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연령, 지역, 정치적 성향, 취업 유무를 안배해 8명을 선정했다. 좌담회는 5월28일 오후 7시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엄마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익명으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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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1(46·서울시 성북구) 요즘에는 자식들이 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아이가 학교에서 체험학습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전에는 학교에서 가는 거라면 무조건 억지로 아이를 보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 의사도 물어보고 내가 선택해서 보내려고요. 학교를 못 믿게 된 거죠. 세월호 사건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가장 안타까워요. 신속하게 사태를 해결하려면 정부 관료들이 보고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체계 자체가 없더라고요. 세월호 사건 뒤로 좀더 신문을 꼼꼼하게 보고, 새누리당이 아닌 다른 당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엄마 2(46·경기도 고양시)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법을 지키고 원칙을 지키면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날 아이들이 왜 죽었나요? 거기 앉아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다가 피해를 입은 거잖아요. 앞으로 제가 제 아이에게 어떻게 법을 지키고 원칙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우리 아이는 융통성이 없고 약간 고지식한 편이에요. 그래서 아이에게 “선생님 말이 법은 아니다”라며 이제까지와는 반대의 교육을 해요. 네 주도적으로 인생을 개척해야 하고, 네 판단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엄마 3(47·서울 서초구) 저는 여느 강남 엄마들처럼 학원가를 돌면서 아이 열심히 보좌해서 큰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제가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내 자식이 좀더 좋은 교육을 받아서 사회에 나가 훌륭한 지도층이 되고 우리 사회를 좀더 바람직한 사회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어요. 물론 자식의 성공과 부, 출세는 모든 부모의 바람이지요. 그런데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그렇게 명문대 나와서 무슨 소용이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 양육을 하면서 본인의 출세, 본인만이 잘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둘째에게 이제 공부보다는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좋겠다고 말해요.

 

엄마 4(39·서울 서대문구) 당시 아들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정말 많이 울고 슬퍼했어요. 지금도 실종자가 16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세월호 사건 이후에 아들이 더 애틋해요. 아들이 그 시점에 담배를 피우다가 걸렸는데 당시에는 쉽게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저는 사고 직후 대통령이 내려가서 뭔가 잘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한 명도 못 구했어요.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는 엄마 1~4는 기본이 무너진 사회,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 옳고 그른 것이 없어진 사회를 세월호 참사에서 목격하고 분노했다. 엄마 1~8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이 모든 사태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근혜 지지자인 엄마1~4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아예 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140171227449_20140603.jpg » 자연주의출산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하며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는 이름의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통령이 내려가 기대했지만…
결국 한 명도 못 구한 건 정부책임”


“세월호 계기로 엄마들 달라져
시야 넓어지고 발언도 하게돼”


“참사 터졌는데 가만히 있는 사람들
더 무서운것 같아”


“이번 시장·교육감 선거에 관심
후보 정보·공약 찾아봐”


“변호사 출신이 교육감 선거에 왜?
교육 아는 사람이 후보로 나와야”

 

 

엄마 5(34·서울 성북구) 솔직히 저는 이 나라를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불신했어요. 다들 그랬겠지만 우리 여자들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이 사회에서 번듯한 일자리 하나 못 잡았잖아요. ‘스카이’(명문대)가 뭔지 학부에서 ‘스카이’ 정도는 나와줘야 그나마 제대로 된 직장도 얻을 수 있잖아요. 명문대 대학원까지 나온 나지만 아이를 출산한 뒤 일하면서 아이 키울 수 없어 전업주부가 됐어요. 세월호 참사로 국가에 대한 나의 불신이 맞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해경이 일부러 안 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부 관료들은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나를 구해줄 사람, 나를 지켜줄 사람은 국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엄마 6(46·서울 강서구) 저는 이른바 386세대입니다. 대학 다닐 때는 정치에 관심 많았는데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사회에 관심을 덜 갖게 됐어요. 세월호 참사 때 ‘내가 그동안 사회에 너무 무관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 깊이있게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울먹거리며) 저는 이번 세월호 사태 때 무엇보다도 <한국방송>(KBS) 등 지상파에 대해서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내가 지상파 방송만 주로 봤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사태 때 언론들이 보여준 보도 행태가 제게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이후에 <제이티비시>(JTBC), <국민티브이>를 찾게 됐어요.

 

엄마 2 맞아요. 저도 이번 사건 터졌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많이 봤어요. 지상파랑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번 사태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어요.

 

엄마 7(40·서울 공덕동) 저는 노무현 대통령 이후부터 뭔가 이 사회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짱짱하게 받쳐줄 사람이 없으면 저렇게 당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저는 이 사회가 사람보다 위계질서를 더 중시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 나라는 아이들을 구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계질서 따지느라 우선순위를 바꿨어요. 한참 우울하고 화가 났어요. 서울시청 앞에 있는 분향소에 아이들 손을 붙잡고 가서 함께 조문을 했어요. 아이가 나중에 커서 더 좋은 기술을 만들어서 배가 뒤집히지 않게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더군요. 저는 아이에게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올바르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해줬어요. 정부에서 언론을 통제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 흘려서 사람을 속이고 있다고도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너희들도 많이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참여하지 않고는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해줬지요.

 

엄마 8(39·서울 송파구) 그동안 정치에 관심없었는데,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언론에 속고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화가 났어요. 저는 원래 박 대통령이 사람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대처하는 것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정말 대통령은 능력 있는 사람이 돼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잠깐 일주일 정도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게 고마웠지요. 잔소리도 좀 덜 하게 되고요. 그런데 그런 것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더라고요.

 

(엄마 5~8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30대 중반~40대 중반에 해당되는 이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사람이 먼저이지 않은 사회, 학력과 인맥과 연줄이 중시되는 사회, 능력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를 보았다. 참사 이전에도 박 대통령을 탐탁치 않아 했던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무능을 다시 확인하며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 특히 지상파 방송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었다.)

엄마 5 그래요? 저는 좀 달라졌어요. 솔직히 저는 비겁한 교육을 하고 있었어요. 아이에게 막 공부를 시키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입시를 위해 필요한 능력은 향상될 수 있게 교육시켜왔어요. (좌중 웃음) 세월호 참사 뒤 아이에게 ‘남이 시키는 대로 살 거냐’는 잔소리를 하고 있어요. 남이 시키는 대로 안 살려면 아이에게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사교육을 하나씩 끊었어요.

 

엄마 8 엄마들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마치 특별한 것처럼 대하는 것 같아 ‘앵그리맘’이라는 말이 달갑지 않아요. 아무튼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를 꼭 할 겁니다. 예전에는 대통령 선거 정도만 관심 가졌는데, 이번에는 시장, 교육감, 구청장 등 후보나 공약에 관한 정보도 찾아보고 있어요. 박원순 시장은 서울 빚도 줄여줬고, 노숙자 위한 일도 하고 잘한 것이 많더라고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믿음이 가요. 교육감도 공약 찾아보니 서로 많이 다르더라요.

 

엄마 4 우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서 화만 내는 것은 아니잖아요. 슬퍼하는 모습도 많은데 왜 화난 엄마로 규정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는 시위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들이 의견 표출하는 것은 좋은데 복잡한 데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나와 시위하면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요.

 

엄마 5 언론들은 자기네들 할 일이라도 제대로 하면 좋겠어요. 무슨무슨 맘 신조어는 잘도 만들어내죠. 우리를 앵그리맘이라고 부르든지 말든지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요즘 길거리로 나오는 엄마들 수준은 광우병 때랑은 수준이 달라요.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사건에 대한 나의 분노를 어떤 식으로 합리적으로 공감대를 모을 수 있는지 고민하거든요. 길거리에 나가는 사람이 지금 국면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에요. 오히려 저는 세월호 사건이 터졌는데 아무런 행동도 안 하는 사람이 더 무서울 것 같아요.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울든가 뭔가 행동을 해야지 가만히 있으면 ‘저 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살아갈까’ 하면서 무서울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엄마들이 행동을 시작했어요. 140㎝ 이하 아이들은 모두 카시트에 앉히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 보면서 저도 영향을 받죠.

 

엄마 3 예전에 2002년 월드컵 때 기억나세요? 그때도 유모차 부대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왔는데, 아이들이 힘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죽 안타깝고 답답하면 유모차까지 끌고 아이들 데리고 나와 저렇게 시위하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엄마들 심정을 사회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엄마 6 저는 앵그리맘이라는 용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엄마들 하면 정치나 사회 돌아가는 것에는 관심 없고 아이들 성적이나 집안일에만 머물렀다면, 세월호를 계기로 엄마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발언도 하고 행동도 하고 뭐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박원순 시장이 전시행정에 치우치지 않고 물밑에서 소시민들을 위한 일들을 많이 해서 좋아요.

 

엄마 7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시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고 봐요. 그렇게라도 이슈화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나라, 그렇게 해야만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시장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지만, 교육감은 문용린 후보를 지지해요. 교육정책이 계속 변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 1 이명박 전 시장 때 청계천 복원한다고 난리치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너무 큰 것에만 투자하면 정작 쓰여야 할 다른 곳에 돈이 못 쓰인다고 보거든요. 고승덕 후보는 변호사 출신인데 교육감 선거에 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교육에 대해 아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는 교육감 투표할 때는 교육정책에 큰 관심 없는 60, 70대는 투표 안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 4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지만 꼭 새누리당을 찍지는 않아요. 사람을 보고 찍는 편입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해 크게 한 것은 없지만 무난하게 한

것 같아 지지하고요. 세월호 사건이 꼭 박 대통령 때문은 아니지만 교육감은 그냥 한번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보고 싶어요.

 

사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정리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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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