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첫1주 젖먹이기, 1년을 좌우한다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412d3dcfd497f44dd7e765fd4b669dcf. » 모유 수유 뒤 행복하게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모유수유 성공에 대한 내 열망과 의지는 크다. 모유의 장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실제로 13개월 동안 모유 수유한 첫째 아이가 지금까지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해 모유가 좋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모유는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생애 첫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첫째 아이에게 모유 수유하면서 난 꽤 고생한 편이다. 2.7kg으로 태어난 딸은 뱃구레가 작았다. 딸은 젖을 5분 정도 빨면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귓불을 만지고 발을 주무르면서 아무리 깨워도 소용이 없었다. 내 젖가슴만 대면 아이는 깊은 수렁에 빠지듯 잠들었다. 5분 먹고 잠들면 아이는 오래 잘 수 없다. 1시간도 안자고 일어나 딸은 또 젖을 찾으며 울어댔다. 또다시 5분 정도 젖을 빨고 또 잠들고…첫 아이인 만큼 모든 것이 서툴렀던 나는 하루종일 아이에게 젖을 물렸고, 모유 수유하느라 나는 일 년 내내 아이와 씨름해야 했다.






밤중 수유도 13개월 내내 했다. 밤중에 2~3번 깨는 것은 기본. 아이를 낳고 제대로 자본 적이 없어 난 밤에 4~5시간 이상 쭉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결혼하기 전 베개에 머리만 대도 7~8시간 쭉 자던 나였다. 그러나 아이가 생긴 뒤 단 하루도 꿀맛 같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수면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니 내 몸은 항상 피곤할 수 밖에. 가끔 너무 피곤하면 “아이를 왜 낳았나” “내 인생은 이제 아이에게 저당잡힌 것인가”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삶을 왜 사는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밤중 수유로 징글징글한 하루하루였다.  






젖을 끊고도 아이의 잠버릇은 계속됐다. 돌이 지나서도 한밤 중에 꼭 일어나 우유를 먹고 잠들어야 했고, 엄마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잠들었다. 그 모든 힘든 시간을 난 이를 꽉 물고 버티고 버텼다. 사람이 되기 위해 저 단군의 어머니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고 힘든 시간을 버텼던 것처럼, 좋은 엄마로 다시 태어나려면 잠 못 자는 고통쯤이야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난 또다시 그런 힘든 시간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임신 내내 태교를 하면서 “제발 잘 먹고 잠 잘 자는 아이가 태어나라”고 주문하고 주문했다. 그리고 연구에 들어갔다. 좀 더 모유를 쉽게 먹이는 법에 대해서 말이다. 모유를 먹이고 싶지만, 첫째 아이 때처럼 힘들어하며 먹이고 싶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젖을 충분히 먹고 밤잠도 4~5시간씩 심지어 7~8시간씩 잘 자는 순한 아가들이 있었다. 그런 아가를 키우는 부모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물론 우리 아이보다 더 까다로운 아이도 있었지만 말이다.








4be47276bfc06a3bdb30de2700855a3b. » 24시간 모자동실에서 밤중 수유하는 내 모습. 남편이 찍었다. 잠결에 수유하다 아이를 떨어뜨릴 뻔 한 적도 있다.






일단 내가 가장 먼저 시도해볼 것은 출산 직후 병원에서 24시간 모자동실을 이용해보는 것이었다. 모유 수유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유 수유 성공의 첫 단추는 태어난 직후 얼마나 빨리 젖을 물리느냐, 또 24시간 모자동실을 이용하면서 엄마가 아이의 욕구를 얼마나 그때그때 충족시켜주느냐 하는 것이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출산 때 고생한 내 몸 내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아이를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모두 신생아실에 맡겨놓고 젖을 찾을 때마다 전화를 달라고 했다. 신생아실은 내가 있는 곳과 층이 달랐고 난 전화가 올 때마다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늦기 마련이었다. 모유수유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언제나 엄마를 애타게 찾으면서 울고 있는 상태였다. 눈은 물론이고 눈썹 주변이 빨갛도록 울고 있었다.






손을 씻고 모유수유실 소파에 앉아 아이가 나오길 기다린 나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지만 항상 아이는 5분 밖에 빨지 않았다. 당시 난 아이가 너무 작게 태어나 젖을 빨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모든 신생아는 다 그러는 줄 알았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허탈한 맘으로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갔고 너무 힘들다 싶으면 분유 보충을 조금씩 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아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산후조리원에서 퇴실하면서 소아과 진찰을 받는데, 소아과 의사가 “아이 목이 많이 쉬었는데 엄마는 몰랐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런데 모유수유에 대해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당시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베이비트리에서 모유수유에 관한 칼럼을 쓰고 계시는 정유미 선생님 글(http://babytree.hani.co.kr/archives/543)만 봐도 확인 할 수 있다. 정유미 선생은 이 글에서 “신생아실에서는 여러 아기를 한두 사람이 돌보기 때문에 아기가 배고파하는 초기에 엄마를 부르기 힘들다. 그러다 보면 아가가 칭얼거리면서 울기 시작할 때 부르게 되고, 엄마가 출산 후 지친 몸을 힘들게 움직여 신생아실까지 가는 동안 아기는 울다가 지치게 된다. 울다 지친 상태에서 젖을 먹이면 아기는 조금 먹고 허기만 면하면 곯아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조금 먹은 아기는 금방 다시 배가 고파 깨는데, 이번에도 먹고 싶어할 때 엄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엄마는 한 번에 충분히 먹이지 못하고 하룻밤에도 몇 번을 불려나가다 보면 이제 젖 먹이는 것이 너무 힘들어져 밤에는 제발 분유 좀 먹여 달라고 한다. 그렇게 모유수유는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라고 모유수유의 실패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 사례는 전형적인 모유수유 실패 가능성이 큰 사례였는데, 다행히도 난 첫째 아이를 13개월 동안이나 모유를 먹였으니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둘째 아이를 낳고서는 난 첫째 아이 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24시간 모자동실을 선택했다. 출산 직후 아이를 24시간 돌볼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처음에 고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신생아 돌보기의 가장 핵심은 모유수유이고, 모유 수유만 잘 되도 육아의 절반은 해결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태어나자마자 내 젖을 물고 나서 신생아에게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취한 뒤 바로 1시간 내로 내 곁에 왔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이 힘들지 않았다. 수유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제대로 아이에게 젖을 잘 물릴 수 있을까, 아이가 젖을 빨기나 할까, 젖 양은 충분할까 등등 걱정이 많았는데 모든 것이 노파심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내 젖을 너무도 잘 빨았다. 한쪽 젖을 15분, 또 다른 쪽 젖을 15분 빨고 깊이 잠들었다. 아이가 잘 때 나도 함께 잤고, 아이가 깨서 젖을 먹고 싶어하면 바로 물렸다. 아이는 또 양쪽 젖 합쳐 30~40분 먹고 2~3시간씩 잤다. 아이가 처음부터 충분히 빨아서인지 내 젖은 잘 돌고 젖양도 충분했다. 아이는 몸무게도 잘 늘고 대소변도 잘 봤다.








e4581c90d2f77973465ebbef539fc806. » 잠자는 아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롭고 평탄했다. 남편은 내 옆에서 나를 보살피면서 밤중에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최대한 도와줬고, 난 모유 수유에 집중했다. 아이를 신생아실에 맡기지 않으니 아이 보고 싶을 때마다 얼굴을 봐서 좋고 신생아실까지 마음 졸이며 달려가지 않아 좋았다. 아이가 먹고 싶어할 때마다 젖을 주니 아이는 충분히 먹고 순한 양처럼 잠이 들었다.






병원에서의 2박3일을 이렇게 보내고 나니 아이의 수유 패턴이 잘 잡혀 조리원에서도 이어졌다. 먹이는 습관 길들기는 생후 첫 1주일이 중요하다더니 정말 그랬다. 조리원에서는 24시간 모자동실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신생아실과 가까운 방으로 자리를 잡았다.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아이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조리원이었고 난 수시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또 밤중 수유가 힘들더라도 분유 보충은 거의 하지 않았고, 아이가 배고파하기 전에 울기 전에 젖을 주려고 했다. 모유수유 전문가에 따르면, 신생아는 하루에 적어도 8~12번 모유를 먹어야 하고, 밤중이라도 아이가 4시간 이상 자면 깨워서라도 젖을 먹여야 한다. 그래서 난 조리원에서 매번 모유를 먹일 때마다 종이에 아이가 몇 분 어느 쪽 젖을 먹었는지 메모를 해가며 하루에 몇 번 먹었는지 확인했다. 또 밤중 수유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현재 둘째 아이에게 모유 수유하는 것은 즐거운 일상이 됐다. 젖을 먹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너무 행복하다. 젖을 충분히 먹는 아이는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고 엄마인 나도 어느 정도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첫째와는 너무나 다른 양상이다. 역시 공부를 한 보람이 있다.






태어난 지 80일 된 아들은 요즘 3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는다. 낮에 충분히 젖을 먹어서인지 밤에도 잠을 잘 자는 편이다. 첫째는 밤중 수유를 거의 1~2시간 간격으로 했다면, 둘째는 3~4시간 심지어 어떤 날은 5시간 연속 잠을 잘 때도 있다. 배불리 먹은 아이는 젖을 먹고 곧바로 잠이 들기 때문에 밤중 수유를 하더라도 덜 힘들다. 오늘 역시 어젯밤 10시에 잠들어서 새벽 1시에 젖을 먹고 다시 잠들었다. 아이가 자는 틈을 타 육아기를 쓰고 있는 중인데, 이런 일은 첫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둘째 아이는 첫째 때보다 성공적으로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셈이다.  






 모유 수유. 엄마가 되고 나서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이다. 내 아이에게 내 젖을 물리고, 아이는 내 젖가슴에 파묻혀 배불리 젖을 먹고 곤히 잠이 든다. 그 모습처럼 평온한 풍경이 있을까. 그 순간만은 아이도 엄마도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런데 자칫 모유 수유의 첫 단추를 잘못 꿰면 행복해야 할 모유 수유가 엄마와 아이를 힘들게 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행복한 모유수유를 위해 엄마가 미리 미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d2c38c310b8f574906072b73d3a68b6e. » 모유수유 중인 내 모습.






한편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이 모유 수유를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 형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육체적,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또 갓 태어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법적으로 육아 휴직이 보장되는데도 여전히 육아 휴직을 맘 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 대기업에 다녔던 한 지인은 출산 휴가를 가는데도 눈치를 줘 결국 아이를 키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육아 휴직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보육비와 사교육비로 부모들의 허리는 휠대로 휘고 있다. 당장 눈앞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모유 수유나 육아 휴직이 사치로 여겨지는 사람들도 많다. 정부가 보육비와 사교육비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즐겁고 행복한 모유수유,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모유수유. 지극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동인 것 같지만 그것이 이뤄지기 위해선 넘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신생아 모유수유에 성공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14가지



(출처: 삐뽀삐뽀 119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정유미 하정훈 지음)



1. 산전에 모유수유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2. 모자동실을 해주는 산부인과를 선택한다.



3. 출산할 병원에서 모유수유를 도와줄지 확인하자.



4. 가능하면 자연분만을 선택하자.



5. 출생 후 30분~1시간 이내에 모유수유를 시작하자.



6. 아기가 배고파서 먹고 싶어할 때마다 먹이자.



7. 아기가 배고파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울기 전에 젖을 줘야 한다.



8. 하루에 적어도 8~12회 젖을 먹인다.



9. 한번 수유시 한쪽 젖을 10~15분 이상 젖을 충분히 비울 때까지 먹이고 다른 쪽 젖도 먹인다.



10. 먹다가 덜 먹고 잠들면 깨워서 먹어야 한다.



11. 밤에도 먹이고 4시간 이상 자면 깨워서 먹이자.



12. 모유만을 먹이자.



13.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유 이외 물이나 분유나 설탕물이나 보리차는 주지 말자.



14. 엄마 젖 외에 우유병이나 노리개젖꼭지를 빨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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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