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는 보석, 동네공원과 한강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20140510_170226.jpg » 동네 공원 안에 조성된 분수대와 징검다리.

 

“오늘 날씨도 좋은데 동네 공원에서 놀까요?”
 
주말에 아이 친구들과 엄마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어디서 만날까 고민하다 나는 만남의 장소로 ‘동네 공원’을 지목했다. 키즈 카페에 가자고 할까 아니면 무슨 무슨 박물관으로 이색 체험을 가자고 할까 아니면 아예 우리 집에 초대해야 하나 고민하다 날씨가 너무 좋아 실내 놀이가 싫어 동네 공원을 떠올린 것이다.
 
나의 제안에 **맘이 바로 “돗자리도 가져갈게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도 챙겨와요~ 요물쪼물(아이들 놀이 찰흙)은 내가 챙겨갈게요”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지하철 근처에 있는 동네 공원에서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보지 못했다.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는 밥 먹듯 들르면서 동네 공원은 그저 스쳐 지나거나 잠시 들렀다. 공원을 찾더라도 여의도 공원이나 멀리 있는 북한산 생태숲 등 누가 누가 좋다고 말하는 공원들을 찾아다녔지, 정작 우리 집에서 가까운 동네 공원은 작고 별로 볼거리가 없겠거니 하고 시큰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날 엄마 셋, 아이 다섯은 먹거리와 스케치북, 크레파스, 찰흙, 돗자리 등을 들고 소풍 가듯 동네 공원을 찾았다.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를 깔고 음료수와 과자 등을 펼쳐놓으니 어디 멀리 가지 않더라도 멀리 여행 온 기분이었다. 내가 방문하지 않은 새 동네 공원이 훨씬 좋아졌다. 분수대도 생기고, 징검다리가 있는 작은 개울도 생겼다. 작은 생태 공원의 느낌이다.

1399733020747.jpeg » 돗자리에서 그림 그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공원 이곳저곳을 마구 뛰어다니며 놀고, 개미도 관찰하고, 분수대 근처에서 물장난도 쳤다. 징검다리를 건너다니며 좋아했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즐겼다. 놀다가 지치면 돗자리에 와서 쉬고, 그림도 그리고 맛있는 간식도 함께 먹었다.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뛸 공간, 놀 공간과 잠시 휴식할 공간만 있으면 그곳이 천국이었다. 아이들의 안전 여부만 살피고 엄마 셋은 여유롭게 앉아 주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아! 왜 진작 이렇게 동네 공원으로 놀러올 생각을 못했지?‘
동네 공원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장소는 없는데 말이다. 공원에 가면 심심할 것 같고, 뭔가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날의 즐거운 경험으로 나의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아이들 뿐 아니라 엄마들끼리도 서로 얘기가 잘 통해서인지 공원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내 곁에 있는 보석을 몰라보고, 먼 곳에서 보석을 찾으려 했다니!

 

20140606_155731.jpg » 한강 물빛광장에서 노는 아이들
 
동네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 엄마 셋은 날씨가 더워진 최근 여의도 공원과 한강 물빛 광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얕은 물 때문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다는 ** 맘의 설명에 여의도 공원에서 놀다 점심을 먹은 뒤 물빛 광장으로 향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여의도 공원 그늘에 우리는 또 돗자리를 깔았다. 새로운 공원에 온 아이들은 공원 그 자체가 새로운 탐구의 대상처럼 보였나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우리 탐험대 놀이하자”고 제안했고, 4명의 동생들은 일제히 뒤를 따른다. 엄마 셋은 다소 걱정스러웠지만 다녀오라고 했고 앉아서 수다를 떨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걱정이 돼 엄마 셋이 길을 나눠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몇 분 흘러 아이들 목소리가 한 쪽에서 들린다.
 
“저희가 길을 잃어버렸는데요. 저 계단을 보고 다시 찾아올 수 있었어요.”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길을 잃어버렸지만, 계단을 보고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는 아이들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두려웠던 마음을 아이들은 어른들게 털어놓으며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 엄마가 “여기 길 둘러보니까 길을 잃어버릴 수는 없겠더라고~ 결국 빙빙 돌아서 이 곳으로 올 수 있도록 돼 있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어리고 항상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느껴지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분명 그 날 아이들은 탐험 놀이를 통해 모험심과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 같은 것들이 생겼을 것이다.

 

 20140606_130015.jpg » 여의도공원에서 '탐험 놀이' 가는 아이들.

 

1402066106887.jpeg » 지렁이 발견하고 모여든 아이들


  
여의도 광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여의도 물빛 광장을 찾았다.
 
와우! 
 
물가 근처에 빼곡이 늘어서 있는 그늘막들과 수많은 아이들. 아이들은 물을 보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엄마들은 역시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겨우 깔았고 맥주 캔을 부딪혔다. 아이들은 물놀이에 흠뻑 빠졌고, 엄마들은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물놀이를 실컷 하고 집에 가려하니 아이들이 “엄마~ 우리 꼭 집에 가야돼?” “엄마 더 놀고 싶어~”하고 소리친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됐는데, 아이들도 엄마들도 뭔가 헤어지기 아쉬운 분위기였다. 결국 엄마들은 동네 근처 치킨집으로 아이들과 고고씽~
 
치킨집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하고 엄마들은 다시 시원한 맥주 한 잔씩 들이켰다. 여의도공원도 한강 물빛 광장도, 동네 치킨집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20140606_124907.jpg » 편안함과 휴식을 안겨주는 도시 공원.

 
최근의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공원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의 공간, 그것이 공원이다. 그래서 수많은 세계의 유명 도시들이 공원을 계획적으로 조성해 공공성을 살리고, 각 도시만의 특색있는 공원을 만들어가는 것일게다. 
 
지난 2월 서울시는 `푸른도시선언 전략계획‘를 발표했다. 이 계획은 지난해 4월 서울시가 선포한 ‘푸른도시선언’에 따라 수립된 구체적인 정책이다. 이번 계획에 서울시는 △녹색문화 확산 △공간가치 증대 △공원운영 혁신 등 3대 전략과 21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 전략에 따라 서울 도심의 삭막한 가로변이 꽃, 나무, 화분, 쉼터가 있는 가로 정원으로 변신하고 이미 13곳이 만들어진 ‘유아숲 체험장’ 외에 ‘태교숲’, ‘청소년 모험의 숲’, ‘치유의 숲’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숲이 2016년까지 37곳 조성된다고 한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재선됐다. `푸른도시선언‘과 같은 서울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시민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뉴타운 사업 등 부동산 계발을 통해 돈을 더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시장보다는 시민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공원과 같은 공공적인 공간을 늘리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서울 시민인 나 역시 그런 시장과 그런 리더를 원한다. 
 
가까이 있는 보석인데 그 가치를 미처 몰랐던 동네공원과 한강!
앞으로 더 가족 및 친구들과 자주 즐겨야겠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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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