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아이 만들려면 '성격 강점' 키워라 육아 멘토를 찾아서

육아 멘토를 찾아서 ③ 미국 언론인 폴 터프

 

Paul Tough at Saint Vincent College 1.jpg » 학교 교육, 빈곤 퇴치, 영유아 양육 분야를 10년 동안 취재해온 미국 언론인 폴 터프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성경 강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최근 그가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세인트 빌리지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니다. 베가북스 제공.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황금 열쇠는 성적이나 부모의 재력이 아닌 이른바 ‘성격 강점’이라고 강조하는 이가 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을 역임한 언론인 폴 터프(46)가 바로 그다. 미국 내 아이들을 장기 추적 조사하고,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학교 교육, 빈곤 퇴치, 영유아 양육 분야를 10년 동안 취재해온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를 펴냈다. 이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판됐다. 인성과 성격을 등한시하고 오로지 성적과 인지 교육에만 매몰돼 있는 국내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근 그와 서면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왜 아이의 성공에 성격 강점이 중요한지 정리했다.
 
유아기 스트레스 왜 안좋은가


“요즘 미국 부모들은 두 살 때부터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칩니다. 조기 교육과 인지 교육에 집착하죠. 그러나 지나친 조기 교육과 인지 교육은 아이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초래합니다. 더불어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도 꺾어버리죠. 이제는 균형잡인 교육을 위해 비인지기술인 성격 강점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미국 교육 현장을 취재하면서 인지 교육 위주 정책에 치중해 온 자국 정부를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 논거는, 지나친 인지 교육이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오히려 인생을 실패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아이들에게 ‘성격 강점’을 키우면 계층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삶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성격 강점은 긍정 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과 크리스토퍼 피터슨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간의 긍정적 특징들을 조사해 성격 강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둘은 24개의 성격 강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격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일상 생활에서 수행하면 긍정적 정서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다른 긍정 심리학자인 바바라 프레드릭슨은 긍정적 정서가 호기심과 창의성을 유발시키고, 아이의 능력을 발달시켜준다는 것도 입증했다.

 

유아기 스트레스가 어떻게 아이를 실패하도록 만들까. 터프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 사례를 든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수많은 과학자들은 유아기 때 받은 스트레스가 어떻게 아이들의 몸과 뇌에 치명상을 입히는지 입증했다. 우리 몸은 에이치피에이(이하 HPA,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시스템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조절한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 우리의 심장은 쿵쿵 뛰고 피부는 촉촉해진다. 이런 반응은 HPA 시스템의 작동 때문이다. 어릴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HPA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뇌의 전전두엽의 기능도 망친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사춘기에 이어 성인기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터프는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고혈압, 간 질환, 폐 질환, 당뇨병, 알콜 중독, 우울증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도 좋지 않다. 스트레스로 뇌의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감정조절이 어렵고,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실행기능 또한 저하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아기의 스트레스는 이러한 생리화학적 매커니즘을 통해 아이를 실패로 이끌 수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삶의 무기, 성격 강점

 
‘저소득층 아이들이 실패한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것은 가난 자체보다는 가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터프의 지적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자기 조절력이 없거나 뚝심 등 성격이 계발되지 않은 아이들은 술, 담배, 마약 중독 등으로 자기 삶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그에겐 흥미로웠다. 그는 실제로 저소득층 아이의 멘토 구실을 하며 추적 관찰했다. 터프는 “집안이 가난해도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성격 강점이 높은 아이들은 성공적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터프는 24개 성격 강점 가운데 삶의 만족도와 고도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7가지 강점을 특별히 소개했다. 뚝심(grit), 자제력, 열정, 사회지능, 감사하는 마음, 낙관적 성격, 호기심이 바로 그것이다. 이 7가지 강점은 뉴욕에서 저소득층 학생이 주로 다니는 케이아이피피(KIPP) 아카데미 중학교와 고급 사립 중학교인 리버데일의 두 교장이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자들과의 장기간 협업을 통해 ‘아이들의 성공을 위한 핵심 성격 강점’으로 추린 것이다. 터프는 “미국 교육계에서는 성격 교육을 확장하고 재정의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인지능력을 분석하고, 측정하고, 계발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내는 연구자들도 많다. 현재 미 전역에서 흥미진진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케이아이피피 아카데미 중학교에서는 국·영·수 등에 대한 성적표뿐만 아니라 성격 성적표를 일 년에 두 번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아이들은 자신이 7개 성격 강점 중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이 자신의 강점인지 확인할 수 있다. 상담 교사와 상담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훈련하기 위한 계획도 세운다.

 

성격은 학습·훈련된다는 믿음 가져야

 

“많은 사람들은 성격이 타고난 특질이며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으로 믿어요. 그러나 성격 강점은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고, 청소년기에는 교육 기관에서 이에 관한 훈련을 받으면 때로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어요. 성격 강점은 이처럼 아이들이 계발하고, 연습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성격 강점을 키워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그는 성격 강점에 대한 다양한 조사 결과를 잘 이해하는 것이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성격 강점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도 말한다. 불리한 여건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성과를 개선시키려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그는 “교사들과 부모들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는 어떤 한 아이를 볼 때, 그 아이는 환경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성격 강점을 계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성공과 성격, 교육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책이 출간된 후 미국의 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신과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교사들은 학생들과 그들의 욕구에 대한 참신한 관점을 제공했다고도 했습니다. 교육부 장관부터 지역 학교의 교장, 교육 관료들이 성격 강점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제가 아는 한 중요한 정책적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가정의 저녁 식사 시간, 교사 휴게실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 내용이 변한 것이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 방식을 성찰할 수 있도록 계속 힘을 쏟고 싶다고 말한다. 동시에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미국 내 비효율적인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고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마음의 근력 키우려면 어떻게?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갖게 하고 자율성 줘야

 

 

뚝심(grit), 자제력, 열정, 사회지능, 감사하는 마음, 낙관적 성격, 호기심과 같은 성격 강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했다면, 구체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까? <그릿(GRIT)><회복탄력성>의 지은이이자 연세대 휴먼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인 김주환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성격 강점을 키우려면 평소 아이들에게 ‘나는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능력성장믿음과 긍정적 정서를 가지게 하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캐롤 드웩 스탠포드 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드웩은 중학교 1년 학생을 대상으로 능력에 관한 믿음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조사했다. 드웩은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검사한 다음, 2년간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능력성장믿음을 갖고 있던 아이들은 실제로 성적이 2년 동안 계속 향상됐다. 반면 능력불변믿음을 갖고 있던 아이들의 성적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혹은 약간 떨어졌다.

 

김 교수는 “부모나 교사가 ‘지능은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면, 대화 도중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믿음이 전달된다. ‘너는 참 머리가 좋아’‘너는 참 똑똑해’라는 식의 칭찬이 대표적이다. 이런 칭찬을 많이 듣는 아이들은 왠지 자기가 운 좋게 머리가 좋게 태어났다는 믿음을 키워간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능력성장믿음을 키워주려면 지능이나 결과가 아니라 아이들의 노력과 과정을 칭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은 자기가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의지력과 노력 자체의 즐거움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공부를 강제로 시키면 아이들에게는 자율성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자율성이 있어야 내재 동기가 생겨나고, 내재 동기가 있어야 어떤 것을 끝까지 성취해내는 뚝심이 생깁니다.”
 

김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공부대신 놀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주변 환경을 자기 뜻대로 바꿔가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자율성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를 하든 안하든 아이를 사랑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줘야 합니다. 공부라는 업무가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한 조건이 되버리면 아이는 망가집니다.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동등한 가치로 취급해야 해요. 아이에게 자율성을 줘야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자율성이 만들어지려면 무엇보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학습 계획이든, 학습 공간이든, 놀이 계획이든 무엇이든 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자. 부모가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몇 가지 선택 가능안을 제시하고, 아이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자. ‘에이, 비, 시 중 뭐 할거야. 네가 결정해’ 하는 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결정한 것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율성을 배울 수 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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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