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눕는다. 코로 천천히 숨을 쉰다. 들이마신 공기(숨)의 기운은 가슴과 복부와 단전을 지나 회음혈까지 깊이 내려간다. 처음엔 싸늘한 느낌의 회음혈은 점차 기운이 쌓이며 더워지기 시작한다. 한시간 정도 이렇게 와식 단전호흡을 하면 단전과 회음에 뜨거운 기운이 찬다. 잠이 스스르 온다. 잠자는 내내 뇌파는 명상 상태를 유지한다. 건강한 수면은 아침 활기찬 기상으로 이어진다. 김도향(73)씨는 매일 이렇게 잠에 빠져든다.

 그에게 많은 이들이 물었다. “어떻게 단전호흡을 잘할 수 있나요?” 그는 가수와 시엠(CM)송의 대부로 알려졌지만, 젊은 시절부터 이 땅의 도판을 헤집고 다닌 도인이기도 하다. 그는 대답한다. “단전호흡하지 마세요.” 이런 답변을 듣고 당황하며 묻는 이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기를 단전에 쌓으려고 노력하면 잘못되기가 쉬워요. 탁한 기운이 쌓이면 건강을 헤칩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냐는 물음에 마음이 고요해지면 단전호흡은 저절로 된다고 답한다.

 

기차 타고 가다 창밖 전신주 보듯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라.’ 김씨가 건강하길 바라는 이들에게 주는 첫번째 과제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방법도 이야기해준다. 모든 신체 부위를 부드럽게 만들고 긴장하지 말라고 한다. 긴장하지 않는 방법도 이야기한다. 그것은 잡념을 없애는 방법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부터 수많은 명상법, 마음 수련법을 섭렵한 김씨는 아주 명쾌하게 명상에 깊이 들어가는, 잡념을 없애는 방법을 설명한다. “흔히 명상은 착한 생각이나 천국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해요. 착각입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잡념입니다.”

102.jpg » 김도향씨

 그가 생각하는 명상은 이렇다. “올바른 명상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다시 어려워진다. 생각하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니. 그는 친절히 설명을 시작한다. “생각은 떠오른다고 표현합니다. 잠재되고 눌렸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떠오르게 놔둡니다. 그것을 억제하거나 억누르면 병이 됩니다. 그렇게 떠오른 생각을 불구경하듯 바라봅니다.” 쉽지 않다. 내 안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다시 설명한다.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리지도 말고, 도와주지도 말아요. 물망물조(勿忘勿助)의 상태입니다.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창밖에 전신주가 하나씩 지나갑니다. 그 전신주는 본 것도 아니고 안 본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태를 계속하면 마음에 힘이 붙게 됩니다.”

 그는 떠오르는 생각을 객관화해서 흘려보내면서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관찰하라고 한다. “오랫동안 자신의 숨을 관찰한 이는 피부 모공 사이로 들락거리는 공기를 느낄 수 있고, 심지어 피부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짜릿함을 느끼는 절묘한 상태에 이릅니다. 이 경지에 오르면 너무나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를 일상에서 유지할 수 있어요.”

 

 한시간에 천번 정신 차리고 ‘꽉’

 

 그는 심지어 배가 아프면 마음의 눈으로 배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마음의 수련뿐 아니라 육체의 수련에도 평생 정성을 기울였다. 경기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는 학교 대표 수영선수였다. 수영을 배우던 첫날, 그는 선수로 스카우트됐다. 경기고를 졸업할 때까지 그는 자유형 학교 대표선수로 전국체전 등에 출전했다. 수영은 숨을 깊이 오래 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에 익숙해졌다. 그런 깊은 호흡의 습관은 그가 가수로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또 평생 건강의 기초가 됐다.

 40대 초반, 그에게 태극권 사부가 찾아왔다. 그는 “노래 부르는 당신의 기가 너무 좋아 만나고 싶었다”며 자신이 수련한 태극권을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도장을 차려 20년간 수련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도반들과 전국 명산의 기운이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몸과 정신의 수련을 같이 했다.

101.jpg » 몸과 마음의 균형 있는 수련을 강조하는 김도향씨가 호쾌하게 웃고 있다.

 한때 그는 “항문을 조입시다”라고 외치고 다녔다. 같은 제목으로 노래도 지어 불렀고, 책도 냈다. 항문을 조이면 배설기관과 생식기관이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또 괄약근을 조이면 정신이 강해진다고 설명한다. “괄약근은 불수의근으로 정신을 차리고 힘을 주지 않는 한 조여지지 않아요. 항문을 조이려면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바로 정신을 차림으로 얻는 자연생명력의 효과가 큽니다.” 항문 조이기는 동양의 도가 세계에서는 제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항문을 조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항문을 조이는 방법을 물어오는데, 항문을 그냥 ‘꽉’ 하고 조이면 됩니다. 한시간에 천번 정도 조이면 됩니다. 정신을 계속 차려야 가능합니다.”

 

 팔도강산을 내 집처럼 자유롭게

 

 태교음악을 만들어 보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아의 장기가 만들어지는 임신 초기부터 태아의 경락을 정화시키는 음악을 들어야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영적인 상태가 성스러운 상태에서 잉태된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어요. 준비된 임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는 이제 ‘명상가요’를 준비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많은 노인들이 음악을 듣고 부르면 자연스럽게 명상 상태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하고 싶단다. 그는 지금 <평화방송>에서 매일 밤 두시간씩 생방송 음악프로그램  <김도향의 명동연가>를 진행하고 있다. 중,노년 청취자들을 향해 자신이 평생 경험하고 느낀 인생이야기를 추억의 음악과 함께 풀어낸다. 반응이 좋다. “나라고 생각되어지는 나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전 평생 이 물음에 답변을 구하고 있어요.”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는 날, 그에게 도향(道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팔도강산을 내 집처럼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이름 때문인지 평생을 도의 고향을 찾아 헤매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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