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하체여 안녕 민웅기의 수련일기

민웅기 수련일기18/ 참장공 수련기3
  
느림의 미학, 부드러움의 미학은 그리하여 장삼풍의 손에서 불후의 ‘절기’로 태어났다. 후대를 이어 민간 전통으로 거듭나며 중국대륙에 질풍노도와도 같이 거대한 태극권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 바람에 서구를 포함한 전 세계의 수많은 인구들이 오늘날 양생의 여세를 타고 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반도의 땅 끝에서 시절을 방황하던 한 사내 역시, 새로운 정신과 기운을 몰아 선의 한맛을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지인 중에 북경중의대학교에서 공부한 중의학 박사가 있다. 김 박사는 중국 여인과 결혼까지 했다. 김 박사가 언젠가 무등산엘 찾아왔었다. 김 박사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궁중무술의 달인이었다. 소싯적부터 무술을 좋아해서, 단수로만 도합 몇십 단은 되었을 거라고 했다. 중국에 간 것도 태극권을 배울 목적이 컸다.
 사내는 현지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고수 찾기에 나섰다. 북경의 공원과 인민광장 등을 수소문했다. 진정한 무림의 고수를 만나 한 수 배우는 것이 그의 간절한 희망이었다. 간신히 어느 한 문파의 수련생들과 그 사부를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그가 찾아낸 북경의 고수는 왕향제라는 할아버지였다.
 
 현대 중국 무술의 극강 고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왕향제의 제자들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사내의 진짜 관심은, 말할 것도 없이, 이들과 한번 겨루어 보는 것이었다. 대결의 의사를 살짝 내비쳤다. 예나 지금이나 도전을 받아주지 않으면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맨 막내 제자가 나섰다. 장형도 아닌 막둥이한테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생결단을 하고 덤벼들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했다. 그의 손에 스윽 접촉하는 순간, 형편없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한국의 내노라는 고수로 자부하던 이 친구는, 그중 가장 약체에게 전혀 힘과 기술을 써보지도 못하고 훌라당 훌라당 튕겨져 가고 만 것이다. 코를 씩씩 불면서 다시 덤벼들었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해보나마나였다.
 
 사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없는 기회인가 싶었다. 통사정을 했다. 결국 희대의 고수 왕향제의 맨 막내둥이 제자로 입문했다. 타고난 기재에 열정을 다해 수련한 끝에 몇 년 가지 않아서, 제자들 중 가장 발군이 되었다. 스승 왕향제가 전수받은 꿍푸가 바로 형의권의 전통이다. 민간에 전수되어 내려오던 형의권은 그 계보가 악비(岳飛)로부터 .....곽운심(郭雲深)을 거쳐 왕향제에 이르렀다. 왕향제의 일본인 제자 1인은 자신의 고국에서 태기권(太氣券)이라는 이름으로 일파를 형성하기도 했다.

곽운심  11.jpg » 가운데 흰옷 입고 앉아 있는 이가 곽운심
 
 왕향제는 형의권으로 대성한 뒤에, 자신의 무술을 ‘대성권(大成券)’이라 명명했다. 나중에 대성권은 제자들에 의해 ‘의권(意券)’으로 개칭되었다. 참으로 무술 한 가지의 전승만으로도 구구절절한 내력들을 그 속에 담아왔던 것이다. ‘의권’도 형의권의 전통이라, 그 핵심을 참장공에 두고 있었다.  참장공, 즉 입선(立仙)을 운용하는 관건 역시 ‘마음 씀(用意)’에 두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禪(선)’의 전통적 맥락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았다. 
 
 하루 30분, 100일 동안, 양생 참장공을 수련하는 것만으로도 필적할 수 없는 ‘내공(內功)’을 쌓게 된다고 호언하는 이 자의 말에 대해선, 나도 백 번 천 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처음엔 한쪽만 의지해 서서 하는 ‘반선(半禪)’을 1분을 채 못 견뎠다. 나중엔 ‘반선’으로도 10분을 지속할 수 있는 내공을 쌓게 되었다. 얼마나 혹독하고 지난한 수련의 과정을 통과해온 것인지 짐작이 간다.
 
 ‘100일 득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여, 내가 수련을 물어오는 내담자에게 늘상 권하는 것이 이 참장공 수련이다.
 
 “참장공 100일 득공, 한번 해보시지요!”
 “참장은 대표적인 양기법으로, 참장을 수련하면 내공이 생기고, 이거 하나만 해도 우선 몸에, 특히 하체에 힘이 실리고, 정력이 좋아지고, 허리의 힘이 나아집니다. 그런 다음엔, 다리가 사뿐사뿐, 걷는데 걸음걸이가 훨씬 가벼운 걸 느낄 수 있지요.”
 
 “만약 100일을 성공하시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 30분씩 1분도 안 빼먹고 성공하시면, 한번 해보시지요, 반드시 달라질 테니까요.”
 “누구나 시도할 순 있으나,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것, 이것이 100일 득공 수련입니다.
 꼭 성공해서, 그러고 난 다음에 차 한 잔 하러 오시지요!”
  
 ‘중안과 별집의 참장공 수행기’라는 제법 그럴싸한 제목의 보고서를 몇 권 찍어 갖고 오신 두 분은 당시 50대 중년의 남성들이다. 어느 때인가 선원을 방문하신 두 분이 자꾸 나에게 뭔가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생각 끝에 했던 말들이 덥석 이곳의 말머리를 열고 있다.
 한분은 광주에서, 또 한분은 서울에서 오셨다. 두 양반이 만난 것도 그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별 기대 없이 가볍게 던진 말이 씨앗이 되었다. 100일 수행을 마치고, 그 기념으로 책으로 만든 보고서와 과일상자들을 무겁게 날라 왔다. 이 분들이 그날따라 왠지 더 반가웠다.
 
 두 분은 참장공 100일 수련의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기간의 굽이굽이에 있었던 사연들을 꺼내놓고서 입이 귀에 걸리게 웃었다.
 날마다 참장공을 30분에서 나중엔 자발적으로 1시간 이상씩 했다. 그러고 나서 상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경험들을 나눴다. 그렇듯 보고서의 칸칸이 세밀하고 성실한 필치로 채워져 있었다.

형의권 2 copy.gif » 형의권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하고 바로 참장에 들어가시라’ 고 권해 드린 그대로를 이 분들은 토시 하나도 빼먹지 않고 지켰다. 여름부터 가을의 초반에 걸쳐 쉽지 않은 여정을 훌륭히 수행해 오신 두 분께 외려 감사의 정이 느껴졌다.
 
 처음 싸부는 “참장공 두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에게 태극권을 가르칠 생각이 없다.”고 약간 심하게 겁을 주곤 했다. 이제야 진실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다.
 
 나의 부실한 하체의 문제를 몇 달 만에 해결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그 처방전은 어디서 왔는가?  참장공에 인연된 스승님들과 선배제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바친다.

 글 민웅기(<태극권과 노자>저자,송계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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