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비오는날 생선회가 위험한 이유 김인곤의 먹기살기

수람선생의 먹기살기/음식의 음양오행학

 

우리의 일 년은 사계절이다. 그러나 음양학에서는 봄 여름 늦여름(長夏) 가을 겨울 이렇게 오절운으로 구분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 사람의 몸도 매년 다섯단락의 과정을 거친다고 본다. 그래서 일 년 동안 다섯 번의 기후변화와 조화를 이루는 인간만이 주어진 수명을 건강하게 마칠 수 있다는 게 우리 조상들의 체험적 지혜다.

건강하려면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먹어야 하고 다음으로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최우선으로 삼아야한다. 그 뿐인가 우리민족의 전통조리법 역시 자연과의 균형과 조화를 위한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다. 제철 식재료는 가능한 조리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제철이 아닐 때는 음성먹거리는 뜨겁게 양성은 차갑게 조리해서 먹도록 했다. 다시말해 음성먹거리는 양성으로, 양성먹거리는 음성으로 변성을 시키는 것이다. 법제(法製)라는 식재료의 에너지형태 바꾸기가 조리법의 핵심원리다.

이런 에너지논리는 물에다 식물성장에 필요한 각종 무기질 영양소를 섞어 채소를 재배한 수경(水耕)청정채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뿐 무기질에너지로 자란 식물인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연 상태로 방사한 닭에서 나온 유정란과 대량생산을 위해 가두어놓고 기르는 산란용 닭에서 나오는 무정란의 차이만큼 크다.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분이라면 그것이 유기질이건 무기질이건 똑같다는 생각은 자연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 » 여름철 비오는 날 생선회가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를 예로 들어보자. 무기질 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배추는 속이 꽉 차 튼실해 보이는 상품으로 자란다. 그렇지만 이런 상품배추와 맨땅에서 자연상태로 기르는 노지재배(露地栽培) 배추에는 볼품이라는 것 외에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농약을 준 배추는 표면이 매끈매끈하여 맨손으로 다뤄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무농약 배추는 벌레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아주 작은 가시들을 만들어낸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가시가 있고 없고의 차이뿐이지만, 생명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6년을 사는 인삼과 백년을 사는 산삼의 차이다. 최근들어 서양에서도 파이토케미컬 또는 파이토치라는 이름으로 식물의 생명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태풍과 장마를 피할 수 없는 여름, 날씨가 흐리거나 비오는 날에는 생선을 날로 먹지 못하게 했다. 왜일까. 바다에서 나오는 생선은 기본적으로 음성이다. 여기에 비가 온다는 것은 날씨마저 음성이 극에 달하는 조건이 된다. 음에너지가 강한 날 음성먹거리를 변성도 시키지 않고 그대로 먹으면 음의 과다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음과 양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식중독이 전부가 아니다.

인간의 지식으로 자연 그 자체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분수를 지키는 자세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건강한 몸이란 없다. 건강한 삶이 있을 뿐이다. 건강한 삶은 음성에너지로 이루어진 마음 반, 양성에너지로 이루어진 몸 반으로 결정된다. 음과 양의 조화, 그것이 핵심이다.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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