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걷다가 쓰러졌다. 119 구급차가 출동했다. 4명의 남자 구급대원이 힘겹게 들어올려 구급차에 실었다. 병원에 도착해 치료받고, 체중이 세 자릿수인 것을 알았다. 104㎏이었다. 20살이었다. 한창때였지만 우울했다. 대인기피증에 폭식증까지. 살을 빼려고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트 방법은 모두 다 해봤다. 한약 다이어트, 단식원 입소, 주사 요법, 식욕억제제 요법, 심지어 스포츠댄스와 요가에도 매달렸다. 돈도 많이 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살은 빠지는 것보다 다시 찌는 속도가 정확히 2배로 빠르다는 것을…. 힘들게 10㎏을 한 달간 감량했지만, 보름 만에 원위치됐다. 감량과 요요현상의 반복이었다. 한여름 길거리에서 쓰러진 것도 무리한 감량의 후유증이었다.

 그런 그가 생각을 바꿔 실천 가능한 계획을 짜 본격적으로 살을 뺀 지 5년 만에 마침내 50㎏대로 진입했다. 키가 171㎝이니 예전의 비만은 완전히 사라졌다. 털털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과거’를 설명하는 김주원(33)씨는 ‘주원 언니’로 통한다. 다이어트와 운동 관련 책도 4권 냈다. 건강 부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다. 자신이 살을 빼며 꼼꼼히 썼던 다이어트 일기장은 해이해지는 마음을 다잡게 한다. 김씨는 다이어트의 비결을 한마디로 말한다. “살은 조금씩 오랜 기간 빼야 해요. 조금씩, 조금씩. 전 지금도 하루 4ℓ의 물을 꼭 마시고, 계단을 이용하고, 가능하면 걸어 다녀요.”

100.jpg »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근육을 단련시키는 사이드 런지

 

101.jpg » 옆구리와 허벅지 엉덩이 근육을 단련시키는 하이런지 트위스트

 

 태어날 때는 2.6㎏으로 인큐베이터 신세도 졌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소아비만이 됐다.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며 더 뚱뚱해졌다. 고교 졸업하고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취직이 안 됐다. 면접을 보러 가면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뚱뚱하다는 이유였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남자에게 신체에 관해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방에 틀어박혀 이틀간 울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용기로 살을 빼자고 결심했다. 헬스장을 다니며 감량을 시작했다. 효과적인 조언을 들었다. “한꺼번에 많이 빼면 반드시 요요현상이 온다. 한 달에 2㎏씩만 빼라.” 그 말이 맞았다. 조급한 마음에 많이 감량하면, 금방 원위치였다.

 우선 먹는 것부터 달리했다. 이전엔 아침에 샐러드, 점심은 정상적으로 먹고, 저녁은 굶거나 고구마 한 개라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렇게 바꿨다. 세 끼를 정상적으로 먹되 군것질을 절대 하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은 피했고, 공깃밥에서 세 숟가락 덜어낸 뒤 먹기 시작했다. 국은 건더기만 먹고, 맵고 짜고 달고 튀긴 것은 멀리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마음껏 먹었다. 먹지 못해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운동도 마찬가지. 이전엔 하루 1시간 반 씩, 주 6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작심삼일이었다. 하루 15분씩 주 3회로 정하니 오히려 운동의 효과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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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jpg » 온 몸의 군살을 빼주고 특히 종아리를 슬림하게 만드는 다운 독

 

 드디어 70㎏까지 줄었다. 서울 압구정동의 미용원에 취직도 됐다. 나름대로 자신감도 생겼다. 직장까지 1시간을 걸어 다녔다. 직장의 화장실에선 양치질을 하면서 다리를 뒤와 옆으로 올렸다. 변기에 엉덩이를 살짝 댔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남의 눈을 피해 운동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빼선 큰 차이가 없었다. ‘뚱뚱’에서 ‘통통’한 것으로 조금 변한 것이었다. ‘통통’에서 다시 ‘날씬’으로 가는 데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었다. 살을 빼는 데는 대단한 운동이나 특별한 식이요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내친김에 미용사의 길을 접고, 헬스트레이너로 나섰다. 자격증도 땄다. 

 강렬한 식탐이 항상 문제였다. 쉬는 날 집에서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치킨을 먹었다.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치킨 배달을 시키고, 맥주도 한잔했다. 느끼했다. 얼큰한 라면이 당겼다. 라면을 먹고 나니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잠시 혀끝이 행복한 대가로, 며칠을 고생해야 했다. 먹는 것을 줄이고 허기짐을 즐기기 시작했다. 뱃속이 비어 있다는 느낌은 신선했다.

 

 

 식욕 억제를 위한 요령도 생겼다. 식사 전에 물을 한 잔 마신다. 공복감이 준다. 직장 동료들과 식당에 가서 음식이 나오면 일단 화장실에 간다. 시간을 끌다가 돌아오면 예쁘게 세팅됐던 음식을 동료들이 먹기 시작해 흐트러져 있다. 모양이 망가진 음식은 덜 먹게 된다. 집에 먹을 것을 놓아두지 않는다. 먹을 때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를 보지 않고, 오직 먹는 것에만 집중한다. 젓가락만을 사용해 먹는다. 집 곳곳에 큰 거울을 놓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무의식 중에라도 감량의 의지가 생긴다. 

 104.jpg » 몸 뒷편의 근육을 잡아주는 슬로우 데드 리프트

 

105.jpg »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잡아주는 점프 스쿼트

 

 요요현상도 완전히 극복했다. 문득 자신이 뚱뚱했을 때가 떠올랐다. 남들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헬스장도 편히 못 갔다. 그 당시 ‘버킷리스트’ 꼭대기에 이런 것이 있었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외출하기, 당당히 공중목욕탕 가기.

 그래서 2년 전부터 운동하는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친절하게 설명했다. 주로 비만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폭식한 뒤에 볼록 나온 배를 가감 없이 찍어서 올리기도 했다. 조심해서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 누구나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이들에게 어디서나 운동할 수 있는 벙법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된 ‘주원홈트(홈트레이닝)’는 이제 팔로어가 32만명이다. 생생한 경험이 담긴 공감 에피소드는 쉽게 상처 받는 비만한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감량전.jpg » 감량전 김주원씨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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